주름 | 기관지 | 새끼발가락 | 남자의 가슴 | 얼굴 그늘 | 가랑이 | 미마녀의 치아 | 숱이 적은 머리 | 손가락 | 눈썹 | 손등 | 유방 | 와잠누당 | 뇌 | 무릎 | 음낭 | 전립선 | 손톱 | 귀 | 귀털 | 사타구니 | 엉덩이 | 배꼽 | 목덜미 | 눈꺼풀 | 두피 | 겨드랑이 털 | 남자의 얼굴 | 입 | 옆구리 | 목구멍 | 폐경 | 충치 | 노안 | 눈곱 | 발꿈치 | 다리 힘 | 청력 | 인중 | 틀니 | 손가락 털 | 치질 | 혀 | 위 | 명치 | 부종 | 손 혈관 | 머리카락 | 노인 냄새 | 배 | 요실금 | 흰색 음모 | 남자의 회춘 | 발 | 가려움 | 하반신
왜 이렇게 새끼발가락을 가구 모서리 같은 데 잘 부딪치는 걸까. 내 발의 모양이 문제인 건지, 무의식적으로 발을 바깥으로 뻗는 걸음걸이의 문제인 건지 잘 모르겠다. 내 나름대로는 분명 가구를 피해 걸었는데도 그렇게 되고 만다. 젊을 때도 종종 그랬던 것을 생각하면 나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무엇 때문인지가 수수께끼이다.
--- p.21
어찌 됐든 손끝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나는 전자사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원고를 쓸 때 낱말의 의미를 찾는 것은 옛날 사전을 이용한다. 거의 매일 원고를 쓰고 사전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해서 손끝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편리한 수단만 사용하면 몸 여기저기가 점점 무뎌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 p.52
같은 세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신체의 고민이 있다. 성별과 관계없이, 두세 명만 모이면 좋지 않은 신체 부위나 지병에 대한 이야기로 두 시간은 너끈히 간다.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도, 실제로 의사가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겪지 않더라도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동지 같은 기분이 든다. 연상의 의사라면, 틀림없이 이 선생님도 컨디션 난조를 극복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 p.76
나는 민소매를 입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겨드랑이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구 제모를 하는 젊은 사람들, 혹은 미마녀들은 아줌마나 할머니가 되어도 겨드랑이 털은 절대로 기르지 않을 것이다. 겨드랑이 밑은 언제나 매끈매끈하겠지. 앞으로 할머니들의 겨드랑이 털은 절멸할 것이다. 그리 대수로운 문제는 아닐지 모르지만, 본래 있어야 할 겨드랑이 털이 어째서 제거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존재가 되었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다.
--- p.138
폐경은 남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여성에게는 커다란 문제다. 새삼 생각해보니 여성의 일생이란 자기 몸의 변화와 마주하는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화장법, 미용성형, 다이어트도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가슴이 커지고 초경을 맞이하고 첫 경험을 한다거나 임신을 하고 갱년기를 맞이하는 것도 분명한 신체의 변화이며 그때마다 무언가를 생각한다.
--- p.156
젊을 때는 이 세상에 왜 이쑤시개라는 물건이 존재하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나뭇가지를 사용해 이를 닦는 습관이 있는 부족도 있다고는 하지만, 이쑤시개는 양치질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것도 아니고 이에 뭐가 낀다는 건지… 말은 안 했지만, 이쑤시개 따위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중년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자마자 “이쑤시개가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깊이 납득하게 되었다.
56곳의 신체 부위에 대한 생각을
재치 있게 담아낸 안티 에이징 공감 에세이!
주름, 기관지, 새끼발가락, 두피, 겨드랑이털, 배꼽… 내 몸의 곳곳을 재치 있는 필치로 담아냈다. 너무 당연하기에 굳이 고찰해본 적 없는 신체 곳곳의 이야기를 무레 요코 특유의 덤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문장으로 이끌어간다. 해가 지날수록 다리 힘은 점점 약해지고 눈은 침침해진다. 그래도 나를 챙기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뿐!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자신에 적응한다.
무레 요코는 나이를 거스르거나 젊어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안티 에이징 비법은 ‘누구나 늙는 거야’라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 현실 안에서 좀 더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몸은 ‘구깃구깃’해졌지만, 마음만은 짱짱하다.
누구라도 나이가 들면 몸 이곳저곳이 변화하는 법! ‘늙는다’라고 말하면 슬퍼지지만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면 무서울 것도 없다. 무심코 마신 물에 사레가 들리는 것, 아이라인 없이는 외출하기 힘든 것, 점점 그늘이 지는 눈 밑과 코 양옆이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작가 특유의 여유롭고 느슨한 감성으로 일상을 풀어낸다. 마치 제멋대로 써내려간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것처럼 키득키득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책이다.